『랠프 스테드먼의 세계 와인 기행』은 최근 두드러지게 증가한 와인 애호가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유쾌하고 색다른 여행기이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 온 문화 코드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요즘 들어 와인은 에티켓, 비즈니스, 협상 등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와인은 각 산지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를 보이는 빛깔과 개성 넘치는 라벨 디자인 등으로 많은 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랠프 스테드먼은 와인에 조예가 깊을 뿐 아니라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와인 라벨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런 그가 프랑스에서 남미를 거쳐 아프리카대륙까지 전 세계 와인 산지를 찾아 떠났다. 이 책은 그가 와인 생산자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와인 맛을 감상하고, 때로는 직접 포도를 수확하고 발로 밟아 압착하는 등 생산 공정에 참여하는 풍경들을 재치 있는 글과 그림으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따라서 이 책은 와인을 고르는 법이라든가, 마시는 법 등의 요령을 가르쳐 주는 기존의 와인 책들과는 차별된다. 이 책은 와인을 사랑하고 와인 생산자들을 친구로 여기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화가의 눈으로 자유롭게 그려낸 독특한 와인 기행서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와인평론가 고형욱 씨가 직접 번역자로 참여하여 저자의 독특한 와인 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또한 각 장마다 차분한 어조로 쓴 고형욱의 와인 칼럼이 덧붙어 랠프 스테드먼의 자유분방한 에세이와는 대조되는 묘미와 균형잡힌 시각을 선사한다.